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16

노아, 2014, 노아의 침묵; 아이들은 무슨죄 이순신 장군 영화는 황인 구원 서사인가? 영화 '노아'는 백인 배우만으로 모든 인물을 구성했다. 주요 인물은 물론이고, 배경 인물과 엑스트라까지 모두 백인이다. 이 선택은 일부 비평가들에게 '백인 중심 구원 서사(White Savior)'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오히려 이것이 더 조심스럽고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유대인들이나 기독교인들에게 홍수 설화의 시기는 인류가 하나의 기원에서 시작한 때이며, 인종이나 민족 구분이 생기기 전이다. 이를 반영한다면, 모든 인물이 하나의 동일한 인종으로 그려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백인만 등장하는 구성도 유대인의 시각에 부합하는 연출일 것이다. 다양한 인종을 넣는다고 해서 공정하거나 포용적인 것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모든 등장.. 2025. 5. 15.
늑대와 춤을, 1990; Taylor Swift를 민첩한 재봉사로 부르면 안돼? Šuŋgmánitu Tȟáŋka Ób Wačhí, 숭마니투 탄카 오브 와치늑대와 춤을, Dances with wolves, 1990 다 아는 백인 구원자 이야기, White Savior 서사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가 직접 제작하고, 감독도 맡았으며, 주연까지 한 영화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 1990)'은 흔히 백인 구원자 서사라고 불리는 이야기 방식의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된다. 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 남북전쟁 시기로, 주인공은 백인 장교인 존 던바(John Dunbar)다. 그는 라코타 수우족(Lakota Sioux)과 교류하게 되면서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겪는다. 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화이트 세이비어(White Savior) 이야기의 .. 2025. 5. 10.
알제리 전투(The Battle of Algiers, 1966), 영화가 증언한 식민지의 기억 영화 밖 스크린 너머의 현실 영화 '알제리 전투'는 감정 표현이나 서사를 앞세우지 않고, 사건이 전개되는 흐름과 그 배경에 집중해 만든 작품이다. 극적인 음악이 사용되었고, 전체적인 형식은 다큐멘터리를 닮았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내면을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대신 시위 장면, 폭력의 발생, 군대의 진압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에 시선을 고정한다. 이 영화는 알제리 전쟁을 직접 다룬다는 점에서 하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영화를 해석하거나 감상평을 쓰는 데 있지 않다. 영화는 하나의 창일 뿐이고, 그 창 너머에 있는 사회와 시대를 들여다보는 데 초점이 있다. 프랑스가 어떤 방식으로 식민지를 지배해왔는지, 그에 저항했던 FLN과 경쟁 관계에 있었던 MNA가 어떤 경로를.. 2025. 5. 5.
미션(The Mission, 1986), 한 사람의 참회와 사라진 과라니 영화 너머의 세계와 시대 영화 '미션'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화면 속에 인간, 믿음, 폭력, 구원 같은 큰 주제를 담으려 한다. 예수회 선교사들의 고뇌와 선택, 과라니 공동체(Guaraníes)의 질서와 자존, 그리고 제국의 정치적 배신이 한 이야기로 얽히지만, 영화가 만들어내는 숭고한 분위기에는 결국 담아내지 못한 역사와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의 자리가 있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마드리드 조약(Treaty of Madrid, 1750)은 단지 국경을 나눈 정치적 사건일 뿐이고, 과라니가 인간인가 하는 더 오래된 질문은 이미 200년 전 바야돌리드 논쟁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고민 없이, 과라니를 구원의 대상, 믿음의 수혜자로만 그리면서 그들만의 신념이나 문화는 거의 보여주지 .. 2025. 5. 3.
노스맨, 2022: ‘바이킹’은 직업이 아니야, 알바 뛰다 나라 세운 녀석들! 영화 노스맨은... '노스맨(The Northman, 2022)은 잔인하고 처절하다. 영화 속 폭력은 동기가 충분하다고 끊임없이 설명한다. 주인공의 분노는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고, 관객은 그의 복수를 따라가게 된다. 영화 속 바이킹의 문화와 종교는 낯설고 이질적이지만, '복수' 라는 각설이 레파토리는 여전히 누가 어떻게 표현했느냐에 따라 접근법도 시선의 방향도 달라진다. 무슨 게임 속에서나 보던 ‘버서커’는 눈이 돌아간 전사, ‘블러드 이글’은 복수의 바이킹식 표현이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았다. 선상 장례 역시 바이킹만의 의례라기보다는, 유사한 전통이 여러 문화에 존재하여 감흥이 떨어졌다. 영화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 원형이 된 삭소 그라마티쿠스(Saxo Grammaticus)의 '덴마.. 2025. 4. 20.
1492 콜럼버스, 1992; ‘발견’이 아니라 ‘고장’, 콜럼버스가 망가뜨린 세계 영화를 빌미로..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는 자신을 신의 사명을 수행하는 존재로 여겼고, 신대륙 발견을 단순한 항해 성공이 아닌, 성서적 서사 안에 배치하려 했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조차 그는 그곳을 인도라 확신했고, 이후에도 그 믿음을 꺾지 않았다. 이건 지도상 오류가 아니라 신학적 구조물 위에 놓인 확신이었다. 그의 항해는 성경의 예언을 이루는 과정이었고, 그 안에서 ‘실패’란 단어는 허용되지 않았다. 신의 도구는 의미 없는 땅에 닿을 수 없다고 그는 믿었다(West & Kling 1991). 그의 신앙은 내면에서 길어 올린 성찰이 아니라, 굳고 단단하되 유연하지 못한 철근 같은 신념이었다. 복음 전파는 그의 공식적 이유였지만, 그 땅의 사람들은.. 2025.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