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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티소2

미션(The Mission, 1986), 한 사람의 참회와 사라진 과라니 영화 너머의 세계와 시대 영화 '미션'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화면 속에 인간, 믿음, 폭력, 구원 같은 큰 주제를 담으려 한다. 예수회 선교사들의 고뇌와 선택, 과라니 공동체(Guaraníes)의 질서와 자존, 그리고 제국의 정치적 배신이 한 이야기로 얽히지만, 영화가 만들어내는 숭고한 분위기에는 결국 담아내지 못한 역사와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의 자리가 있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마드리드 조약(Treaty of Madrid, 1750)은 단지 국경을 나눈 정치적 사건일 뿐이고, 과라니가 인간인가 하는 더 오래된 질문은 이미 200년 전 바야돌리드 논쟁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고민 없이, 과라니를 구원의 대상, 믿음의 수혜자로만 그리면서 그들만의 신념이나 문화는 거의 보여주지 .. 2025. 5. 3.
1492 콜럼버스, 1992; ‘발견’이 아니라 ‘고장’, 콜럼버스가 망가뜨린 세계 영화를 빌미로..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는 자신을 신의 사명을 수행하는 존재로 여겼고, 신대륙 발견을 단순한 항해 성공이 아닌, 성서적 서사 안에 배치하려 했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조차 그는 그곳을 인도라 확신했고, 이후에도 그 믿음을 꺾지 않았다. 이건 지도상 오류가 아니라 신학적 구조물 위에 놓인 확신이었다. 그의 항해는 성경의 예언을 이루는 과정이었고, 그 안에서 ‘실패’란 단어는 허용되지 않았다. 신의 도구는 의미 없는 땅에 닿을 수 없다고 그는 믿었다(West & Kling 1991). 그의 신앙은 내면에서 길어 올린 성찰이 아니라, 굳고 단단하되 유연하지 못한 철근 같은 신념이었다. 복음 전파는 그의 공식적 이유였지만, 그 땅의 사람들은.. 2025.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