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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워터스, Dark Waters, 2019 영화 Dark Waters는 실화 기반 법정 드라마다. 거대 화학기업 듀폰(DuPont)을 상대로 한 20년에 걸친 싸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변호사 로버트 빌럿(Robert Bilott)의 집요함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왜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왜 보고 나면 물 한 모금에도 의심이 생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라진 기업윤리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웨스트버지니아 시골에서 농장을 운영하던 한 남자, 윌버 테넌트(Wilbur Tennant)였다. 그는 오랜 시간 키워온 소들이 원인 모를 질병과 이상 행동을 보이며 집단 폐사하는 것을 겪었고, 그 이유가 근처 듀폰 공장에서 배출된 화학 폐기물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지역 내 기관이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었고, 테넌트는 마지막 .. 2025. 4. 9.
프리스트, Priest, 1994 리버풀, 구조조정의 폐허에 신부가 도착했다 영화는 리버풀에서 시작된다. 쓸쓸한 거리, 말없이 지나치는 사람들, 응답 없는 도시. 이는 연출상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기록이다. 1990년대 초, 리버풀은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도시였다. 대처리즘(Thatcherism)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산업의 껍데기와 실업률, 그리고 침묵뿐이었다. 이 도시에 새로 부임한 젊은 신부(그렉, Greg Pilkington)는 환영받지 않는다. 그가 이방인이어서가 아니라, 도시가 더 이상 누군가를 맞이할 여유도 이유도 잃었기 때문이다. 마거릿 대처가 총리로 취임한 1979년, 영국은 노동당 정부의 장기 집권 이후 구조적 침체에 빠져 있었다. 높은 실업률과 파업, 저성장, 과잉 복지 등 이른바 ‘영국병(B.. 2025. 4. 7.
인생은 아름다워, Life Is Beautiful, 1997 전쟁 중에도 사랑은 피어나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가 만든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난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도 시선을 높이 들기보다는, 낮은 눈높이로 일상과 감정을 따라간다. 단순한 시대극도, 전통적인 전쟁영화도 아니며, 비극을 담고 있지만 끝내 비극에만 머물지 않는다. 베니니는 고통과 절망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도 인간이 어떤 식으로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조용히 설득해낸다. 1930년대 후반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파시즘이 점차 일상을 뒤덮기 시작한 이 시기에도 도시는 겉으로는 여전히 평온하다. 주인공 귀도는 유쾌하고 엉뚱한 성격의 청년으로.. 2025. 4. 5.
십자로, Crossroads, 1986년 교차로에서 만난 클래식과 블루스 1986년작 '크로스로드(Crossroads)'는 블루스 음악, 전설, 그리고 악마와의 거래라는 고전적 테마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독특한 음악 영화다. 월터 힐(Walter Hill) 감독과 존 푸스코(John Fusco) 작가가 만들어낸 이 작품은 단순한 기타 배틀이나 여정을 넘어 정체성과 선택, 전통과 기술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영화 제목인 '크로스로드'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블루스 전통에서 '교차로(crossroads)'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다. 악마를 만나고, 거래를 맺고, 운명이 갈라지는 상징적 공간이다. 이런 상징성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타포로 작용한다.이야기는 줄리아드(Juilliard) 음대에 다니는 클래식 기타 신동 유진(Ralph Ma.. 2025.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