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벤 시라의 알파벳' 릴리트 설화; 흙에서 태어나 악마가 된 릴리트
1부 Lilith; 흙에서 태어나 악마가 된 릴리트
2부 Lilith; 팬데믹으로 유아 살해 악령이 된 릴리트
3부 Lilith; 나쁜 여자로로 릴리트를 보는게 맞나?
벤 시라의 알파벳
벤 시라의 알파벳(The Alphabet of Ben Sira)은 약 8-10세기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 미상의 글 묶음으로, 유대교 전통에서 릴리트 신화의 최종 진화 형태를 볼 수 있는 유명한 문헌이다. 이 문헌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히브리어 알파벳 22글자 각각에 대응하는 22개의 격언을 담고 있으며, 두 번째 부분은 의인화된 알파벳 글자들이 등장하는 22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텍스트는 구조적으로 미드라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은 전통적인 미드라쉬(Midrashim) 보다 훨씬 더 풍자적이고 부분적으로 비종교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 문헌에는 탈무드나 다른 랍비 문헌에서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며, 당시 민간신앙의 요소들을 반영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실제 인물인 벤 시라의 이름을 빌려 중세에 지어진 위작 문헌으로, 풍자와 전설, 교훈이 섞인 내용이다. 벤 시라 및 그 아들은 모두 문학적 허구다. 텍스트의 저자는 익명이며, 당시 유대 공동체 내에서 널리 퍼져 있던 민간 설화와 전설을 수집하여 체계화한 것으로 보인다. 시라크의 지혜서(Ecclesiasticus)를 쓴 시라크의 벤 시라(Jesus Ben Sirach)와는 연관이 없다.
벤 시라의 알파벳은 정통 유대교 문헌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중세 유대교 민간신앙과 후대 카발라 문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유대 신비주의가 발전하면서 이 문헌의 일부 요소들은 카발라 사상에 통합되었으며, 유대인의 일상적 민간신앙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승 속에 릴리트
릴리트 이야기의 원형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수메르-아카드-바빌로니아 문화에서 '릴리투(Lilitu)'는 밤에 활동하는 여성 악령으로, 기원전 3000년경부터 문헌에 등장한다. 수메르어 'lil'(바람, 영혼)에서 유래했으며, 젊은 남성을 유혹하고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릴리투는 릴루(남성형)와 아르다트 릴리('릴리의 하녀')와 함께 메소포타미아의 주요 세 가지 유형의 악령 구성된다.
릴리투가 유대 전통의 릴리트로 전환된 것은 바빌로니아 포로기(기원전 586-538년)와 연관이 있다. 이 시기에 유대인들이 메소포타미아 문화와 접촉하면서 릴리투 개념이 유대 전통으로 유입된 것으로 본다. 히브리 성경에서 릴리트(לִּילִית)는 이사야 34:14에서 ' 밤짐승(לילית, 릴리트)이 거기에서 머물러 쉴 곳을 찾을 것이다.'로 단 한 번 언급되며, 이후 탈무드(3-5세기)에서 릴리트는 밤에 홀로 자는 남성을 공격하는 악마로 묘사된다. 초기 미드라쉬에서 "첫 번째, 또는 원래의 이브"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원래의 이브'가 릴리트를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건 다소 부족하다.
벤 시라의 알파벳은 릴리트 신화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릴리트가 아담의 첫 번째 아내로 정확히 묘사된다. 릴리트는 스스로 아담과 동등함을 주장했고, 이후 에덴동산을 떠난 후 악마가 되었다는 이야기로 등장한다. 이 시기에 릴리트로부터 신생아를 보호하기 위한 부적 사용이 유대 민간신앙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13세기 유대교 신비주의 문헌인 조하르(Zohar) 에서는 릴리트가 악의 천사 사마엘(Samael)의 배우자로 묘사되며, 더욱 복잡한 신화적 캐릭터로 발전했다.
벤 시라의 알파벳의 알레프(א) 섹션의 시작은 어떤 맥락 없이 "왕이 말했다"로 시작한다. 느부자르단(Nebuzaradan)은 군의 사령관(열하 25장, 렘 39장, 52장)으로 등장하고 역사적으로도 왕과 혈연은 아니었고, 성서에 기록된 것처럼 군 고위직, 호위대장(라브-타바힘, Rab-tabahim)이었던 걸로 추정된다 (Grayson, 1975; Josephus, 1c)
내용만 보면 상황은 바로 이해가 된다. 느부자르단의 아들이 병을 얻었고 치료가 잘 되지 않았고, 매우 화가 난 상태에서 벤 시라를 만나 아들의 치료 여부를 묻는 장면이다. 벤 시라는 병의 원인이 릴리트에게 있음을 말하, 순차적으로 릴리트의 기원, 천사들, 부적의 의미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Lilith를 어떻게 번역했나?
영어 | 프랑스어 | 독일어 | 일본어 | 한국어 |
KJV: screech owl |
Louis Segond: le spectre de la nuit (밤의 유령) |
Luther Bible 1912: der Kobold (도깨비) |
구어역(口語訳): 夜の魔 (야노마, 밤의 마귀) |
개역개정: 밤짐승 |
NIV: night creature |
Bible en français courant: Lilith |
Luther Bible 2017: Lilith |
신공동역(新共同訳): 夜の妖怪 (요루노 요카이, 밤의 요괴) |
현대어 성경:
밤의 악령 |
NRSV: Lilith |
Bible de Jérusalem: Lilith |
Schlachter 2000: die Lilith |
일본어 성서협회: 夜の悪霊 (요루노 아쿠레이, 밤의 악령) |
공동번역: 밤귀신 |
ESV: night bird |
Elberfelder Bibel:
Lilit |
새번역: 릴리트 |
||
The Message:
night-demon Lilith |
벤 시라의 알파벳 외 릴리트가 등장한 문서들 몇 가지
근동 문학에 등장하는 릴리트
미드라쉬(Midrashim), 사해 문서 (현자의 노래, Songs of the Sage), 아람어 주술 그릇(Aramaic Incantation Bowls), 민수기 라바(Numbers Rabbah)에 직접, 간접적으로 악한 여성, 악령화된 여성의 존재로 등장.
אני משכיל משמיע הדר כבודו לפחד ולבה[ל] כול רוחי מלאכי חבל ורוחות ממזרים שדין לילית צים ו[ציים...] ופגע פתע בלוא מבין להתעות רוח בינה ולהשם לבבם ו[...] בזמן ממשלת רשע וקץ מחרפות מעונות לבני או[ר] בעוון עתי [ה]נגועים בעונות לוא לנצח [כי] אם לזמן מחרפות לפשע.
사해 문서 중 "현자의 노래(Songs of the Sage) 4Q510 1 4–6
מתידע לכי דאבוהי מתקרא פלהס ואמיה פלהדד שמעי ואיצייתי ופוקי מן ביתיה ומדירה דהדין גיונאי בר מאמי ומן רשנוי אינתתיה ברת מארת.
את ליליתא לילי דיכרא וליליתא נוקבתא חגא וחנקיתא הוי בנדויא... דיהושע בר פרחיא דאמר הכי גיטא בדיקא אתי לכי מן עבר לימא וכו
아람어 주술그릇(Incantation Bowls)
"זהב פעמון" ... היא שפעמתני כל הלילה... למה כל החלומות אינן יגעים את האדם, וזה (חלום של אינטימיות) מיגע את האדם? מפני שמתחילת ברייתה לא היתה אלא בחלום.
창세기 라바(Genesis Rabbah) 18:4
탈무드에 릴리트가 등장한 부분
אָמַר רַב חֲנִינָא: אָסוּר לִישׁוֹן בַּבַּיִת לְבַדּוֹ, וְכָל הַיָּשֵׁן בַּבַּיִת לְבַדּוֹ נֶאֱחָז בְּלִילִית.
라브 하니나가 말하였다:
"혼자 집에서 자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혼자 집에서 자는 자는 릴리트에게 붙잡히게 된다."
https://www.sefaria.org/Shabbat.151b.9-10?lang=bi 10
אמר רב יהודה אמר שמואל: המפלת דמות לילית, אמו טמאה לידה, ולד הוא, אלא שיש לו כנפים.
תניא נמי הכי: אמר רבי יוסי, מעשה בסימוני באחת שהפילה דמות לילית, ובא מעשה לפני חכמים, ואמרו: ולד הוא, אלא שיש לו כנפים.
라브 유다가 샤무엘의 이름으로 말하였다:
"릴리트의 형상을 한 태아를 유산한 여성은 출산으로 인한 부정 상태에 있다. 그것은 태아이며, 단지 날개가 있을 뿐이다."
https://www.sefaria.org/Niddah.24b?lang=bi 10
릴리트로 보이는 존재가 최초 등장한 문헌
이난나 여신은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한 그루 훌루푸 나무를 발견하고, 그 나무를 자기 신전의 정원으로 옮겨 심었다.
시간이 흐르자, 나무에 세 존재가 깃들었다.
뿌리엔 독사 한 마리가 자리를 틀었고, 가지 위엔 안주(Anzu, 주새)가 둥지를 틀었으며,
줄기에는 릴리트가 그녀의 집을 만들었다.
이난나는 이 존재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슬퍼하며 영웅 길가메시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길가메시는 갑옷을 입고 나무에 다가가 독사를 죽이고, 주새를 쫓고,
릴리트를 몰아내자 릴리트는 두려워하며 광야로 도망쳤다.
Gilgamesh and the Ḫuluppu-Tree: A Reconstructed Sumerian Text
길가메시와 훌루푸 나무: 재구성한 수메르 문자
벤 시라의 알파벳 (Alphabet of Ben Sira)
느부카드네자르(Nebuchadnezzar)의 아들인 느부자르단(Nebuzaradan)와 벤 시라의 질답.
왕의 아들이 병이 들자, 느부갓네살 왕은 벤 시라에게 말했다.
"내 아들을 치유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죽이겠다."
벤 시라는 앉아서 부적을 만들었고,
그 위에 거룩한 이름과 의술을 담당하는 천사들의 이름, 형상, 이미지, 날개, 손, 발을 새겼다.
왕이 그 부적을 보고 물었다. "이들은 누구인가?"
벤 시라가 대답했다.
"이들은 의학을 담당하는 천사들입니다.
세노이(Senoy), 산세노이(Sansenoy), 세만겔로프(Semangelof)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을 창조하셨을 때,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
그래서 하나님은 아담과 마찬가지로 흙으로 여자를 창조하시고 그녀를 릴리트라 부르셨다.
아담과 릴리트는 즉시 다투기 시작했다.
릴리트가 말했다. "나는 아래에 눕지 않겠다. 네가 내 아래 누워라."
아담이 말했다.
" 나도 아래에 눕지 않겠다. 오직 위에 있을 것이다. 너는 아래에 있는 것이 적합하고, 나는 위에 있어야 한다."
릴리트가 대답했다.
"우리는 둘 다 흙으로 창조되었으므로 서로 동등하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말을 듣지 않았다.
릴리트는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발음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사라졌다.
아담은 창조주 앞에 서서 기도하며 말했다. "신이시여! 당신이 주신 여자가 나를 떠났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세 명의 천사, 세노이, 산세노이, 세만겔로프를 보내 그녀를 데려오게 하셨다.
"그녀가 돌아오기만 하면 괜찮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매일 그녀의 자식 중 백 명이 죽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천사들은 하나님을 떠나 릴리트를 쫓아갔다.
이집트인들이 거센 홍해 한가운데에서 익사할 운명 일 상황에서 그녀를 따라잡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지만, 릴리트는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천사들이 말했다."우리는 너를 바다에 빠뜨릴 것이다."
릴리트가 말했다. "나를 내버려 둬라! 나는 오직 유아들에게 질병을 일으키기 위해 창조되었다.
남자아이는 태어난 후 세번째 날까지, 여자아이는 일곱번째 날까지 내가 지배한다."
천사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그녀에게 돌아가라고 강요했다.
그러자 그녀는 살아계시고 영원하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했다.
"내가 너희나 너희의 이름이나 형상의 부적에서 보면, 그 아이를 해치지 않겠다."
그녀는 또한 매일 그녀의 자식 중 백 명이 죽는 것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매일 백 명의 악마들이 죽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어린 아이들의 부적에 이 세 천사의 이름을 쓴다. 릴리트가 그들의 이름을 보면, 그녀는 자신의 맹세를 기억하고 아이는 보호(회복)된다.
אלפא ביתא דבן סירא (נוסח א) – ויקיטקסט
מתוך ויקיטקסט, מאגר הטקסטים החופשי נוסח א העריכה בעיצומה שימו לב! דף זה (או קטע זה) עדיין לא גמור והוא לא מציג את היצירה בשלמותה. דף זה (או קטע ז
he.wikisource.org
젠더 문제로 바라본 '해방, 독립, 주체적 여성'으로서의 릴리트
플라스코(Judith Plaskow)는 여성신학의 선구자로, 그녀의 에세이 'The Coming of Lilith'에서 릴리트를 억눌린 여성의 목소리로 재해석했다. 플라스코는 릴리트가 신의 권위와 남성(아담)에게 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악마화되었다고 보고, 릴리트가 사회에서 '사라짐, 또는 떠남'은 여성 경험의 사라짐이나 떠남과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릴리트가 자신의 가치를 위해 신의 질서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났다 해석한다.
헤스첼(Susannah Heschel)은 유대교와 젠더 간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릴리트를 여성 에이전시(agentic subject)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On Being a Jewish Feminist'에서 릴리트를 자기 주장과 성적 선택을 시도한 최초의 인물로 본다. 아담과의 관계에서 릴리트의 언행은 성적 행위 내의 상하 관계를 거부한 것이며, 고대 사회 질서에서 파격적 저항이었다. 릴리트는 이 거부 이후 신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으며, 여성의 성적, 정신적 주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골드버그(Naomi R. Goldenberg)는 'Changing of the Gods'에서 릴리트를 남성 중심 신화가 여성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억압하는 방식의 예시로 분석했다. 그녀는 릴리트를 “불순종한 여성을 악으로 변환시킨 이유”로 본다. 신화가 어떻게 사회적 억압을 정당화하는지 이야기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릴리트는 최초로 평등을 주장했고, 신화 내에서 악령으로 취급되며 사회와 격리 된다. 릴리트의 악마화를 통해 사회가 독립적 여성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릴리트는 탈권위, 탈남성 캐릭터가 맞나?
프랭클린(Sarah Franklin)은 'Embodied Progress'에서 현대 페미니즘이 릴리트를 이상화된 저항의 아이콘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릴리트가 자기 주장을 내보인 것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그녀가 어떠한 질서나 관계 속에서도 속하지 못한 인물로 설정되었다 본다. 릴리트를 상징적 해방의 주체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형식적 저항에 그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로즈(Elizabeth Grosz)는 'Volatile Bodies'에서 여성의 몸이 서구 철학과 사회 속에서 어떻게 '경계 짓기'로 기능해왔는지를 분석하면서, 릴리트를 사회 밖으로 밀려난 상징적 여성의 예로 여긴다. 릴리트는 신과 아담이라는 규범으로부터 벗어난 순간 주체성을 얻는 대신, 문명 내부로부터 철저하게 추방된 존재로 설정된다. 릴리트의 '저항적 행위'는 사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감수하는 대가이며, 여성의 자율성이 무의미하다는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분석한다.
정수진은 2021년 개인전에서 릴리트를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이자 ‘악녀로 둔갑한 아담의 첫 아내’로 정의하며, 릴리트의 주체성이 사회적 규범과 충돌한 결과 어떻게 시각적 이미지로 사회와 질서 밖으로 내몰렸는지, 즉 타자화되는지를 탐구한다. 릴리트를 주체성의 상징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그녀가 문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내몰리고 불편한 존재로 취급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정수진 초대展 릴리트 이미지에 대한 설명
[전시메일] 정수진 展
전시홍보는 전시메일
www.artmail.com
이질적인 세 천사; 세노이, 산세노이, 세만겔로프
세 천사는 8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처음으로 명확히 이름은 오직 '벤 시라의 알파벳'에 등장한다. 세 천사는 전통적인 유대교 경전이나 라삐 문헌의 천사 체계 속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 천사의 이름은 성서나 탈무드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처럼 고대부터 유대 문헌 천사들과는 다른 계열의 존재로, 뚜렷한 유대 문학의 계보 없이 갑작스럽게 민속 문헌 속에 나타난다.
이 이름들은 언어적 운율과 반복성을 가지고 있어 암기와 구술에 적합하며, 이는 실용적 주술 문맥에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세 번째 이름인 세만겔로프(Semangelof)는 고대 히브리어나 아람어, 헬라어의 명확한 어원과 완전히 무관한 형식의 이름이다. '벤 시라의 알파벳'에 유입된 슬라브계 이름, 또는 인위적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름일 가능성이 크다(Schwartz, 2004).
이러한 세 천사의 등장은 아람어 주술 그릇 전통과의 연관성 속에서 해석될 수 있다. 5세기부터 8세기경까지 유대-바빌로니아 지역에서 제작된 주술 그릇에는 다양한 이름의 천사들과 악령들이 등장하며, 이들은 모두 출산, 질병, 유아사망 등을 막기 위한 목적을 지녔다. 주술 그릇에 세 천사의 이름이 직접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들과 비슷한 기능을 지닌 존재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릴리트와 같은 여성 악령을 억제하는 내용도 자주 발견된다. 이는 세 천사가 그러한 주술 전통에서 발전하여 명문화된 것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릴리트는 벌을 받는게 확실한가?
바빌론 유수기(BC 6c) 이후의 문화적 접촉 속에서 릴리트 설화는 메소포타미아의 악령 전승과 결합하며 유대 전통에 흘러들어왔다. 이 전승에서 릴리트는 하루에 100명의 아이를 잃는다는 형벌을 받게 된다. 릴리트의 형벌은 점차 희미해지고 아이들을 스스로 해치는 악령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바빌로니아 악령 릴리투(Lilītu)의 속성과 결합된 결과로, 릴리트와 릴리투의 주체적 성향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바빌론 유수 이후 + 메소포티미아 전승인 릴리트, 릴리투 전승이 결합.
릴리트 설화에서 전승된 이야기와 실제 민간신앙에서의 보여주는 반응과 다른 차이점이 관측된다. 릴리트는 그 '형벌을 받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민간에서 사용된 부적이나 신앙의 모습에서는 릴리트가 아이들을 해치는 악령으로 등장하고, 세 명의 천사들은 이를 막는 수호자 또는 방어자로 나온다. 전승 자체가 이야기의 흐름과 다르게 '형벌의 대상'과 '형벌을 주는 주체'가 바뀐 형태 관측이 된다. 이러한 현실적 관측에 끌려가며 서사가 변형되면서 릴리트는 “하루에 100명의 아이를 잃는다”에서 "하루에 100명의 아이를 죽인다."는 형태로 재구성되었다(Janowitz, 2002; Harari, 2017). 릴리트와 릴리투 결합 전승 + 릴리트를 가해자로 보는 현상이 전승 구조를 바꿨다.
릴리트를 특정 범주의 악령들을 포괄하는 상징적 존재로 이해하는 관점도 존재한다. 릴리트는 본래부터 “유아를 해치는 여성형 악령”을 대표하는 이름이었으며, 이야기 구조, 형식은 다양한 형태지만 우선 순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하루에 100명의 아이를 죽인다’는 설정도 릴리트 개인의 형벌이 아니라, '아이 죽이는 악령'을 모두 포함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로 해석된다. 이 견해에서는 릴리트가 처음부터 가해자였고, 형벌을 받았다는 이야기 자체가 후대에 추가된 덧붙임이거나 비주류 전승일 뿐이다. 릴리트는 원래 가해자 → 아이 해치는 여성 악령 전승으로 확장(Hurwitz, 1992).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말하고
바빌로니아 릴리투 전승에서 릴리투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단지 ‘떠난다’는 서술로 끝맺는다. 이 이야기는 의도나 행동의 이유를 드러내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남기고, 그 자체로는 특정한 메시지나 상징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릴리트가 유대 전통 속으로 유입된 후, '벤 시라의 알파벳'과 같은 중세 문헌에서 이 "떠남"은 특별한 행동로 표현된다. 릴리트는 아담과 갈등한 후,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말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사라졌다고 서술된다.
이 전개는 명백히 후대의 종교적, 문화적 해석이 개입된 결과이다. 인류 최초의 존재 단 둘이서 신의 이름에 관한 경외심이나 발음 금기를 약속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신의 이름을 말하면 안 된다는 금기는 יהוה(YHWH, Tetragrammaton)'를 말하지 않는 전통으로, BC 20c즈음 유대교 율법주의에서 형성된 규범이다. 창세기는 이런 규범이 나오지 않는다. 아담과 릴리트가 이런 금기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본래 전승에 존재하지 않았다. יהוה는 하와라 발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이 Tetragrammaton를 말하지 않는 설정은 릴리트의 ‘떠남’에 자의성과 주체성을 부여하며, 신이 만든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떠났다’는 단순한 결말에 ‘신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발언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과정은, 릴리트를 자율성과 의지를 지닌 존재로 만들려는 의도적 서술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릴리트를 신에게 도전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신성모독’을 통해 자유를 획득하는 상징으로 이야기하고, 전승을 후대 사상으로 덧씌우는 사례다(Turner 1969; Allan & Burridge 2006).
실제로 이 장면은 고대 사회에서 금기를 어기거나 신성한 것을 침범함으로써 개인의 지위를 전환시키는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현대 문화에서도 이 구조는 반복된다. “Oh my God” 같은 표현은 감탄사로 자리 잡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이 표현을 피하거나 완곡어법으로 바꿔 사용한다. 이처럼 감정의 한계에서 금기된 이름이 말하는 순간은 여전히 문화 속에서 일상의 질서를 일시적으로 벗어나는 구조로 기능하며, 릴리트 설화의 이야기 원형과 심리적, 문화적 유사성을 드러낸다(Jay, 2000; Kristeva, 1982).
1부 Lilith; 흙에서 태어나 악마가 된 릴리트
2부 Lilith; 팬데믹으로 유아 살해 악령이 된 릴리트
3부 Lilith; 나쁜 여자로 릴리트를 보는게 맞나?